봄철을 맞아 노숙인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여성노숙인 쉼터(자활시설)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 여성 노숙인 쉼터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여성 노숙인들과 지원기관들은 범죄 노출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 전용 쉼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도내 지자체들은 쉼터가 주민들의 기피시설로 인식될 뿐 아니라 설치시 한곳으로 여성 노숙자들이 몰리는 등의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2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노숙인은 900여명으로 이중 21% 가량인 190여명이 여성 노숙인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쉼터 등을 이용하지 않는 노숙인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도내 노숙인 쉼터는 수원 5곳을 비롯 성남 2곳, 부천·안양·시흥 각각 1곳 등 모두 10곳에 달하지만, 이중 여성 전용 쉼터는 한곳도 없다. 

전용쉼터가 없다보니 여성 노숙인들의 경우 잠자리를 찾지 못해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으로, 음성적 성매매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 도내 노숙인지원기관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꿈터’ 앞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60여명의 무리속에 섞인 4명의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노숙인들을 극도로 경계했다. “함께 밥을 먹자”며 다가오는 노숙인들을 피해 다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 수원지역 쉼터 5곳을 관리하는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등은 수원지역 여성 노숙자들의 안전을 위해 서울시 여성전용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수원다시서기센터는 4년여 간 길거리 생활을 전전하던 장모(41·여)씨를 발견, 범죄 피해를 우려해 지난달 서울 소재 A 여성노숙인 전용쉼터로 이송했다. 또 잠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노숙생활 6년의 정모(32·여)씨도 서울의 같은 쉼터로 보내졌다.

반면, 도내 지자체들은 여성 전용 쉼터의 건립을 반길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쉼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건립에 대한 반발이 심해 설치 장소를 물색하기에도 애로가 많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김상기 수원시 자활지원팀장은 “여성전용 쉼터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순 안양시 복지정책과장은 “쉼터에 대한 주민들의 시각이 좋지 않고 여성전용 쉼터 설치시 안양으로 노숙자들이 몰릴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문환 경기도 무한돌봄 복지과장은 “쉼터를 기피하거나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등 주민들의 부정적 시각이 쉼터 설치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신병근·임성봉기자/bgs@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