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25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닥친 8일 오전 서울역 3층 KTX 대합실. 서울·경기 등 각지에서 왔다는 50여 명의 노숙인이 곳곳에 쭈그려 앉거나 선 채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노숙인 강진(53)씨는 주 생활 반경이 ‘남대문 지하도로’지만 이날 오전 9시쯤 이곳으로 왔다. 강씨는 “날이 너무 추운 데다 코로나로 밥 주는 곳이 점점 문을 닫아, 그나마 무료 급식 주는 서울역으로 온 것”이라며 “갈 데가 없다 보니 지하철을 타고 빙빙 돌거나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을까 싶어 급식소 있는 곳을 계속 찾아다닌다”고 했다.

서울역 광장과 지하도, 광화문역 지하도, 영등포역 광장 등은 노숙인들의 집결지였다. 볕이 날 때는 야외 광장으로 나왔다가 밤이면 지하도로 내려가 두꺼운 종이박스로 ‘1인용 침실’을 만들어 잠을 자는 노숙인 수십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 겨울엔 대표적인 노숙인 집결지에서도 노숙인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이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주요 지역에서 육안으로 관찰한 거리 노숙인 수는 월 평균 647명이었다. 노숙인 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이진산 주무관은 “작년 12월 관찰한 노숙인의 숫자가 2019년 12월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고 했다. 코로나에 강추위까지 겹쳐 잘 곳, 먹을 곳을 찾아 이들은 ‘철새’처럼 이동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노숙인들은 “여느 때보다 춥고 힘든 겨울”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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