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노숙인 자립 디딤돌 ‘참살이 자활농장’ 운영
"노숙인들에게는 취업이 아닌 치유와 회복이 절실합니다."
여름이 되면 의정부시청으로 지역 노숙인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민원 내용에는 ‘불쾌감·혐오감을 준다’, ‘안전을 위협한다’는 말이 포함된다.
또 시민들은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의정부시를 통해 취업한 21명의 노숙인 중 17명이 중도 퇴사하는 등 오랜 노숙생활이 사회 적응을 어렵게 한다.
한모(36)씨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직장에서 쫓겨나 공원을 떠돌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는 한 씨에게 조용한 곳에서 가축을 돌보며 자신을 추슬러 보라고 제안했다. 이후 한 씨는 동두천의 한 농장에 들어가 심신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느덧 자신감도 생겨 스스로 구직활동에 나섰고 곧 일자리도 얻었다.
그는 "계속 거리에 있었으면 평생 노숙생활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노숙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사회 복귀를 위한 훈련을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에 위탁, 2014년 5월부터 동두천시 안흥동에서 ‘참살이 자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에서는 노숙인들이 직접 청계와 유산양,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을 사육해 판매하는 등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지원한다.
실제 현장을 찾은 결과, 노숙인 3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영농활동과 농장시설 점검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알코올중독과 우울증 등을 겪고 있었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어두운 구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는 이곳을 농장 견학, 체험활동, 생산품 판매 등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시설 운영과 자재 구입만으로도 빠듯해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유인혁 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은 "실제로 홀로 서기에 성공하는 노숙인은 100명 중 1명꼴"이라며 "이들에게는 당장의 취업이 아닌 자활에 대한 동기부여가 선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상연 시 사회복지과장은 "복지사업의 특성상 뚜렷한 성과를 보이기 어렵지만, 노숙인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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